한드

[리뷰] 드라마스페셜 굿바이 비원 결말 해석 줄거리

태르하 2019. 11. 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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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2019.11.01
극본 조아라
연출 김민태
출연 김가은, 정이서, 이연








주인공 연다은은 무려 8년 동안 한 반지하(B1)에서 살고 있다. 다은은 오랜 수험기간 끝에 7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그가 다닐 근무지는 반지하에서 한시간 반이 넘게 걸리고, 게다가 웬 취객놈은 창문에 노상방뇨를 해대고, 반지하 앞에 CCTV도 없지만 그는 아직 이사할 생각이 없다. 이 반지하는 전 남친과 지지고 볶고 연애하고, 엄마와 일상을 나누는 통화도 하며 20대 청춘을 보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오피스텔을 구경갔다가 덜컥 전세 가계약을 해버린다. 마침 가계약금 50만원이 수중에 있었기 때문. 이 돈은 며칠 전 장롱 위에서 발견한 의문의 돈으로, 다은은 남의 돈을 쓴게 찝찝해서 주인을 찾아 돌려주려 한다. 여기서 그가 굉장히 깔끔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굳이 주인을 찾아주려 하지 않을텐데 그는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돈을 모으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런 깔끔한 성격인 다은이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바로 전 남친의 존재다. 그는 8년간 사귀다 헤어진 전 남친과 아직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았다. 전 남친은 아직 그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고, 둘은 비오는 날 창문을 닫았는지 문자를 나눈다. 그의 집 곳곳에는 전 남친의 흔적들이 남아있고, 때때로 그것들을 보며 전 남친과의 과거를 떠올린다. 새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기로 했지만 어쩐지 그는 반지하에서의 시간들을 정리하지 못한 듯 하다.






와중에 그는 본래 성격대로 친구와 전 남친에게 장롱 위의 50만원을 아냐고 묻지만 둘 다 아니었고 다은은 또 다시 의문에 빠진다. 대체 누가 돈을 둔 것이란 말인가.







그러다 그는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가고, 아빠에게 가족사진을 하나 달라고 하는데 아빠가 장롱 위에서 사진을 꺼내는걸 목격한다. 이때 돈의 주인이 밝혀진다. 바로 돌아가신 엄마였다. 엄마는 암환자였는데 돌아가시기 전 치매를 앓았다. 깜빡하는 정신 때문에 중요한 물건을 장롱 위에 올려두는게 습관이 됐던 것. 그 50만원은 생전에 엄마가 딸이 취직하면 좋은 신발을 사주려고 들고 왔다가 반지하 장롱 위에 올려두고 잊은 것이었다.






다은은 그동안 세상에 없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시시콜콜 이야기를 해왔다. 전 남친과 마찬가지로 엄마는 그가 놓지 못하는 또 하나의 존재였다.








그러다 전에 살던 세입자가 그동안 몰래 비오는 날 반지하 창문을 닫아주고, CCTV 표지판을 달아주며 자신을 도와온 걸 알게 된 다은은 그 사람에게서 자기 자신을 본다. 자신도 그 사람처럼 반지하와 그곳에서의 시간을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은은 깨닫는다. 이름 없는 낭만고양이가 이제는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커피만 마시던 자신이 허브티를 마시는 것처럼, 단 걸 안 먹던 전 남친이 고구마 케익을 먹는 것처럼, 매년 나오던 군고구마 할아버지가 올해는 안 나오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건 변하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함을.




타인이 된 전 남친도, 이제 세상에 없는 엄마도, 나의 B1도. 결국 과거는 추억으로 남겨두고 떠나보내야 함을. 다은은 비로소 자신의 B1을 정리하고 새 집으로 떠나 새로운 인생의 단계를 시작한다.









제목의 '비원'은 8년간 살아온 다은의 반지하 B1이자,
구석구석 자기만의 사연이 담겨져있는 그의 비밀의 정원이고, 그가 그곳에서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다.




포스터에 나와있듯이 이 드라마는 이사를 소재로 '떠나보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든 기억들을 놓지 못하던 주인공 연다은이 과거를 떠나보내는 방법을 배우는 한 편의 성장기인 것이다.



씩씩하게 이사 트럭에 올라탄 다은은 이내 서럽게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는 새 집에서 담담히 새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성장통을 치루고 무사히 20대를 지나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몇 주 전에 한 집우집주도 집, 이사가 소재라 집우집주랑 비슷한 내용일까 했는데 아니었다. 집우집주는 남들의 시선 때문에 집을 창피하게 여기던 주인공이 보잘것 없더라도 소중한 나의 집임을 깨닫는 이야기고, 굿바이 비원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주인공이 이사를 하면서 떠나보내는 방법을 배우는 이야기다.



집우집주가 더 '집' 이야기고 굿바이 비원은 사실 '이별' 이야기다. 그리고 집우집주는 상황에 따른 주인공의 선택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굿바이 비원은 한 사람의 내면을 오롯이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김가은 배우는 종종 드라마에서 봤는데 이번에 처음 느낀게 목소리가 박보영이랑 정말 비슷하다. 그 목소리로 '엄마 뭐해?' 라는 대사를 하는데 담담하지만 마음에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다은이 50만원의 주인을 찾으며 내용이 전개되길래 저게 대체 뭐지 싶었다. 50만원은 전해지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은 조용히 다은의 곁에 항상 존재해오다가 결국 제 주인에게 돌아간다. 그 돈을 쓰고 엄마와 진짜 작별인사를 하는 다은을 보고 성장했다는게 느껴졌다.



엔딩이 다은이 자다가 일어나서 밥을 먹는, 정말 일상의 모습이라서 좋았다. 그리고 나오는 OST가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다은의 비밀의 정원에 흐르는 비밀의 화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