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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드라마 풍선껌 결말 해석 줄거리 명대사

태르하 2019. 10. 1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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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풍선껌의 줄거리 후기 감상평 결말 스포를 리뷰한다.






《삶은 충분히 완전했음을, 풍선껌》






풍선껌 포스터
드라마 풍선껌 포스터
tvn 풍선껌 포스터


tvN 풍선껌

몇부작 : 16화
방영 : 2015년
출연 : 정려원 배종옥 이동욱 박희본
극본 : 이미나 작가
연출 : 김병수 감독










내가 애정하는 정려원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다. 사실 처음엔 풍선껌이 뻔하디 뻔한 '소꿉친구들의 친구에서 연인으로' 로코인 줄 알고 안 봤다. 그러다 려원 보고 싶어서 봤는데 생각했던 뻔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재미있게 끝까지 봤다. 사연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고 예상치 못한 가슴 아픈 내용도 담겨있는 따뜻한 라디오 감성의 드라마다









<줄거리>



행아(정려원)는 항상 밝아 보이지만 사실 사연이 깊다. 어릴 때 병으로 돌아가신 엄마에 이어 중학생 때 아빠마저 같은 병으로 죽어서 행아는 혼자가 됐다. 그런 행아와 함께 자란 행아 아빠 친구인 선영(배종옥)의 아들 리환이(이동욱). 둘은 서로를 단 한 번도 연애 대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행아가 남자친구와 헤어진다. 그 이유는 행아가 너무 외로웠기 때문. 자신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행아는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혼자 아파왔다.








혼자 아팠을 행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가 너무 싫은 리환이. 리환이는 그 이유가 자신이 행아를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깨닫는다.



리환이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행아는 리환이와 연인이 되는 게 무서워서 피하려고 한다.











행아와 리환이가 둘이 사귄다고 치면 어떨까 하면서 노는 장면인데 이 장면 정말 귀엽다. 사귄다고 쳐! 그래서 내가 옷 벗어준다 쳐! 너무 좋아서 오장육부가 뜨겁다고 쳐! 이러면서 귀엽게 논다.








그런데 난 행아와 리환이 이야기보다 리환이 엄마인 선영(배종옥)의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선영이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선영이가 왜 행아를 리환이에게서 떨어뜨리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행아 아빠가 죽은 게 행아 잘못도 아닌데 왜 이렇게 둘을 반대하나 싶었는데. 그 이유엔 깊은 역사가 있었으니...








리환이의 엄마 선영과 행아의 아빠 준혁은 학교 선후배였다. 선영은 준혁을 몰래 짝사랑했으나 준혁은 선영의 친구인 행아 엄마에게 반해 결혼을 했고 행아가 태어났다. 그리고 선영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다가 혼자 리환이를 낳았다. 그런데 행아가 5살 때 행아의 엄마는 위암으로 죽는다. 그 이후에 선영과 준혁은 서로를 의지하며 행아와 리환이를 남매처럼 기른다.










선영은 준혁을 계속 좋아하지만 준혁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행아와 리환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비로소 준혁은 선영에게 마음을 표현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애들 사춘기 지나고 가게 자리 잡히면 1년쯤 뒤에...

선영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이때 둘의 데이트 장면 참 좋다. 즐거워하는 선영과 장난기 많은 준혁. 준혁의 고백을 들을 때 선영이가 입고 있던 하얀 원피스는 선영이만의 웨딩드레스가 된다. 선영은 저 원피스를 20년 동안 간직한다.








그런데 고백을 하고 얼마 뒤 준혁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린다. 선영은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느껴서 자살하려 하고, 그 일은 선영 행아 리환이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








선영은 자신이 갖지 못한 제대로 된 가족을 리환이에게 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행아의 엄마와 아빠까지 같은 병으로 죽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가족력이 있는 행아가 리환이의 가족이 될까 봐 꺼려한다.










그래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면 행아를 버리겠노라 말했었다. 행아는 어렸을 때 이 말을 우연히 들었기 때문에 리환이와 사귀면 가족 같은 선영과 리환이를 잃을까 봐 무서워서 리환이의 고백을 피했던 거다.










그런데 사실 선영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아들에게 멀쩡한 가족을 만들어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치매 덕분에 오히려 선영은 힘들었던 삶의 기억을 잃으면서 집착과 욕심을 버리게 되어 행복해진다. 행아와 리환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선영을 위해 노력하고 다 함께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 간다.










그렇게 행아와 선영과 리환이는 깨닫는다.

이미 삶은 충분히 완전했음을. 풍선껌을 부는 사소하고도 즐거운 순간이 행복과 다른 말이 아님을.







빈틈이 있다고 해서 불행한 게 아니다,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 애쓸 필요 없다는 풍선껌의 메세지가 참 좋았다








<후기>


이미나 극본 김병수 연출이다.

작가님이 라디오 작가셨다고 한다. 주인공인 행아의 직업이 라디오pd여서 드라마에서 라디오가 큰 역할을 하는데 어쩐지. 라디오 작가셔서 따뜻한 라디오 감성을 드라마로 잘 풀어내신 거 같다. 정말 라디오를 드라마로 보는 느낌이었다.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나레이션과 라디오 내용이 정말 좋았다. 주인공들의 감정과 상황을 더 감성적으로 표현해 준다. 덕분에 풍선껌이 정말 사연 많은 드라마가 됐다. 명대사 많다. 대사 맛집이다.







연출은 약간 촌스러우면서 통통 튀고 귀여웠다. 행아가 쓰러져서 눈 뜨는 장면은 너무 구리긴 했지만. (행아가 쓰러졌다가 깨어날 때 눈 모양으로 화면 만들어서 페이드인 시키는 거). 각 회 마지막에 글귀가 나오는 것도 좋았고, OST도 좋았다. 간질간질하고 설레는 분위기.







그리고 이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선영이다. 드라마 중후반에 하나의 반전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의 리듬을 변주하고 이끌어나갔다










려원은 정말 분위기 있는 배우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희진이었을 때도 아련한 느낌을 잘 살려서 인상 깊었는데 2015년의 려원은 더욱 깊어진 연기력과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처음 느꼈는데, 려원은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아픔을 가지고 밝은 척 살아가는 인물 표현을 참 잘했다. 앞으로의 작품이 정말 기대된다. 작품을 많이 해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박희본은 재벌 3세 치과의사, 홍이슬로 나오는데 리환이를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주변에서 외모로 공격을 많이 해서 상처가 많고 자신감이 없는 캐릭터다. 재벌에다가 의사인데 주변의 무례함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게 마음 아팠다.





이슬이는 리환이가 행아를 좋아한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따뜻한 리환이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슬이는 자신이 리환이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헤어지라고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항상 상처 주는 엄마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배려심 깊은 이슬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억에 남는 것들>



선영의 인생에서 리환이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선영은 리환이를 가장 먼저 잊어버렸고, 행아를 미워한 게 실은 너무 미안했기 때문에 행아에게 집착한다.









처음부터 만나지 말 걸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고, 우리가 정말 헤어졌구나 인정하기엔 아직 이르죠.

아무 데서나 울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고,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 웃어버리기엔 아직 마음이 어려요.

사랑한다고 말하려니 우리는 이미 끝났고, 사랑했었다고 말하려니 나는 아직도 당신이 좋아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건, 그렇게까지 싫을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까지 싫어한다는 건, 이미 상대방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건 내 마음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








잠결에도 외롭지 말아라.








13화


아빠의 죽음 때문에 선영이 상처 입었으니까 선영이 어떻게 대해도 행아는 참고 웃어 보이며 지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행아는 자기보단 항상 선영의 입장에서 선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던 것이다.


의사는 행아에게 선영이가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영이가 한 행동들이 옳은 건 아니라고 말한다. 틀린 답에 맞추면 안 되는 거라는 걸.









그런 행동에 대해서 제가 이모는 옳지 않았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만약에 누군가가 이모를 이해해야 된다면 다른 사람보다는 내가. 왜냐면 아빠가 살아있었다면 이모가 이렇게까지 힘들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이모는 내가 얼마나 보기 힘들까. 나는 그거 다 알면서도 다른 데로 갈 수가 없었으니까! 가끔은 이모가 날 싫은 게 아니라, 무서워하는 눈빛으로 나 보는 거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냥 웃으면서! 이모 옆으로 가서 오늘 무슨...


(의사 : 그래서 선영이가 옳았다?)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태희: 내가 너 친구면 너는 내 친구 아니니? 그럼 최소한 이딴 거나 몰래 혼자 보면서 내 앞에서 괜찮은 척하진 말았어야지. 울고불고 화도 내고 그랬어야지!









행아: 누구한테 화를 내야 될지 모르겠으니까. 다 화나! 다 싫어!

선생님은 이모가 틀렸대. 리환이는 다 자기가 잘못한 거래. 이모는 아프고, 리환이는 나보다 더 힘들어. 너는 내 걱정하느라 나보다 더 화났고 가게엔 갈 수도 없어.

그럼 병원 가서 그 많은 의사들한테 화낼까? 엄마 아빠 이모 한 명도 못 고칠 거면서 왜 가운이나 입고 돌아다니고 있냐고? 아님 교회 가서 화내? 나한테 왜 이러냐고? 절에 가서 소리라도 질러? 내 옆에 있는 사람들 제발 그만 좀 건드리라고? 내가 누구한테 화를 내냐고!











저는 엄마를 여자, 사람 그렇게 보려고 노력하면서 살았어요. 어떤 여자는, 사람은 약할 수도 있고 욕심이 있을 수도 있죠.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풀고 싶어 할 수도 있고. 강하지 못하다고 해서, 희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해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첫째, 그 사람은 내가 갖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니까, 그 사람 옆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다.

둘째,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가진 것들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을 버리지는 않는다.

셋째, 그 사람을 내가 정말 좋아한다면 나 때문에 헤어지라고 말할 수 없다.









11화


'저는 요즘 제가 누군가에게 그 사람의 신발 속에 들어있는 모래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그분이 모래소녀를 귀찮아하고 싫어하기만 한다면 벌써 탈탈 털어서 버렸겠죠. 안 그래요?

아이들은 보통 큰 것, 힘이 센 것에서 무서움을 느끼죠. 그런데 어른들은 작은 것, 약한 것을 보면 두려움을 느껴요. 육교 위에서 파는 병아리들을 보면 아이들은 귀엽다고 사달라고 조르지만 어른들은 선뜻 그러지 못해요. 왜냐하면 그 병아리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잘 알아서 그 병아리를 잘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죠.

안 된다. 저리 가. 차갑게 거절하는 어른들의 모습 뒤에는 미움이 아니라 두려움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는 거.










엄마가 그렇게 소중하게 간직했던 옷은 엄마만의 웨딩드레스.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사람은 행복했던 날의 엄마 자신이었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것
그런 게 왜 그리 갖고 싶었을까.

내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게서 없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 모든 걸 되찾아야 한다고 믿었을까.

단 하루, 원 없이 행복했던 기억
단 한 번, 터져 나온 진심
단 한 명의 체온, 살고 싶어지는 이유

그리고 끝내 서로를 놓지 않을 한 사람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완전했음을.

기억을 잃어가며 나는 조금씩 현명해지고 있었다.










딱 한 조각이 비어있는 퍼즐 앞에서 이대로도 괜찮다 말하기는 쉽지 않아서, 우리는 몹시 힘든 계절을 보내야 했다.

사실 그 퍼즐 같은 건 완성할 필요가 없다고, 그냥 쏟아버려도 되는 거라고 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까.

잃어버리는 것. 잊어버리는 것.
그것이 반드시 슬픔일 필요는 없음을.

부풀었다 터지면 다시 불면 되는 것.
풍선껌을 부는 그 사소하고도 즐거운 순간이 행복과 다른 말이 아님을.

힘겨운 가을과 겨울을 지낸 우리에게로,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빈틈 사이로.

그렇게 새로운 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