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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는 나의 봄 제작발표회 후기 - 이미나 작가

태르하 2021. 7. 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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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너는 나의 봄

출연 : 서현진, 김동욱, 남규리, 윤박

작가 : 이미나

감독 : 정지현







이미나 작가님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뭔지 궁금해서 제작발표회를 종종 찾아보는데 '너는 나의 봄' 제작발표회에서 이미나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 굉장히 좋고 인상 깊었다.








<제작발표회>






재재 Q '동백꽃 필 무렵'이나 '그 남자의 기억법' 등 최근 로맨스에 살인사건 미스터리 얼개의 드라마가 자주 나오고 있는데 '너는 나의 봄'에서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미나 A 지금 언급하신 드라마들이 정말 좋은 드라마였고 잘 만든 드라마여서 이렇게 비교가 된다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한데, 굳이 어떤 점이 다르다 그런 걸 얘기하자면 누가 이 일을 저질렀느냐 혹은 어떻게 저질렀느냐 그런 것보다는 저희의 스릴러는 왜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느냐 여기까지 왔느냐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춘 게 차별점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일곱 살부터 출발이 되는 이야기기 때문에.












Q 7월 8월이 여름인데 봄을 상정한 이유가 있을지?




A 봄이라는 게 일반적으로는 굉장히 따뜻하고 어떤 치유가 되는 계절이고 시작이 되는 계절이고 그런 의미를 많이 포함하잖아요. 사실 '너는 나의 봄이다'라는 노래에서 출발한 제목이지만, 그 노래에서는 사실상 그런 의미였는데, 저희 드라마에서 봄이라는 건 꼭 그런 만나게 되면 모든 것이 다 해피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런 결과물적인 대상은 아니고요.



사실 봄이라는 게 왔다가 또 가잖아요. 그러면 또 겨울이 온다는 걸 우린 알고 있거든요. 근데 일곱살의 상처를 끌어와서 거기서 내가 이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어른이라는 걸 깨닫고 나면, 다시 봄이 오고 봄이 가도 또 살아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거니까. 겨울이 온다는 걸 알아도. 그래서 봄이라는 게 살면서 끊임없이 나한테 와줄 수 있는 작은 희망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도 하고 처음에는 봄에 편성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웃음)














Q 서현진 배우님. 감수성 짙은 대사로 유명한 '풍선껌'의 작가 이미나 작가와 너나봄 함께 하시게 되었습니다.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를 살짝 스포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서현진 A 언뜻 생각이 나는 건 너무 평범한데 저는 이 대사가 좋아요. '그냥 이게 나예요' 라는 대사가 있어요. 이게 채준(윤박)한테 하는 대사인데 약간 자조적으로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저는.




이미나 A 그게 다정(서현진)이가 '바꾸고 싶고 바꿀 건데 아직은 이게 나예요' 라는 말이었거든요. 사실 다정이가 옥탑방에 살면서 제일 연약한 위치에 있어요. 남들보다 벽도 하나 없고 천장도 하나 없는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고. 제일 위험에 처해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시작하자마자.



근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적극적 힐링 로맨스'라고 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힐링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인물이 또 다정이기도 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마다하지 않고. 그래서 저는 그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마음에 안 들고 이거 고칠 거긴 한데 지금은 이게 나예요 하는. 아마 서현진 씨도 그래서 그 대사가 마음에 든다고 하지 않았을까.












Q '풍선껌'으로 공감을 부르는 대사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 '너는 나의 봄'의 대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A 공감이 쉽게 된다는 건 또 그만큼 어렵지 않은 글이기도 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되게 평범한 사람이고. 이 드라마를 제가 언제 시작했는지 감독님하고 한 번 얘기를 해봤었는데, 그냥 텔레비전 보다가 연세가 예순 가까이 되신 분이셨는데 밥을 너무 열심히 드시는 거에요. 그러니까 옆에 계시던 분이 왜 이렇게 밥을 열심히 먹냐고 그랬더니 "당신이 육남매 중 다섯째의 설움을 알아?"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근데 그 식사를 열심히 하시던 분이 지금 형편이 되게 어렵거나 그렇지가 않았어요. 근데도 그 다섯째의 어떤 설움을 지금 다 잘 먹고 잘 살게 된 예순이 가까운 나이까지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그게 뭔가 저한테는 되게 재밌으면서도 그냥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니까 그런 게 다 하나씩 있는 거예요.



쟤는 왜 저렇게 열심히 살지? 쟤는 다 잘하는데 왜 영어만 하면 식겁을 하지?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쟤는 왜 저렇게 부모님한테 너무 과하게 잘하지? 뭐 이런 것들. 아니면 뭐 이상한 피규어를 목숨 걸고 모은다던지 뜯지도 않으면서. 그냥 그런 것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저 사람들의 일곱 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러고 나서 물어보니까 다 하나씩은 있더라고요 대부분이.



그래서 아마 저희 드라마에 공감이 된다면 다양한 인물들이 다 조금씩의 그런 일곱 살의 기억, 그걸 누군가는 트라우마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냥 쉽게 컴플렉스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니면 상처 뭐 여러가지로 얘기할 수 있겠지만, 많은 인물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중에 어떤 인물에게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이번에 '너는 나의 봄'도 굉장히 공감 가는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들고요.














Q 정지현 감독님의 전작을 보면 색감도 연출도 화려하고 강렬한 느낌이 듭니다. 반면 이미나 작가님의 작품은 힐링과 편안함이 주가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두 분의 스타일이 상반된 듯 합니다. 두 분의 호흡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사실 가수들이 목소리를 못 바꾸는 것처럼 작가들도 아마 쓰고자 하는 내용이 달라져도 비슷한 톤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제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도 항상 사람들 사는데 조금 더 행복하게 어떻게 살아볼까 이런데 관심이 있어서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는 이번 거를 쓸 때는 뒷얘기가 되게 궁금한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일곱 살의 상처를 나누면서도 비슷한 결의 상처가 아니라, 누군가는 잘못된 선택을 해서 되게 어두운 상처를 갖기도 하고 그래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랬기 때문에 전작이랑 아주 비슷하다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을 거 같고요. 그런 부분을 정지현 감독님이 정말 잘 찍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또 되게 큰소리치셨어요. (웃음)

(중략)












Q 일곱 살을 마음에 품은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한다는 점이 인상 깊은데요. 왜 어린 시절 중에서도 일곱 살이라는 나이를 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일곱 살이라는 건 숫자 7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요. 유년시절을 생각을 하고 되게 깊이 박힌 기억 하나가 있는 나이를 생각을 했을 때, 다정이는 일곱 살이고 채준이는 아홉 살 영도는 열한 살이에요 우리 드라마에서도. 그러니까 꼭 그게 7이라는 숫자를 상징하는 건 아닌데.



유년시절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그리고 학창시절에 들어가서 내가 1학년 때 2학년 때 3학년 때 이런 숫자적인 개념으로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기 전에, 그런데도 불구하고 되게 깊이 새겨져서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기억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나이. 그러면 보통 여섯 살 일곱 살 쯤이 아닌가. 근데 일곱 살이 어감은 더 좋았어요. 그래서 '일곱 살로부터 얼마나 도망쳐왔나요' 그렇게.










<기획의도>



당신의 일곱 살로부터

당신은 얼마나 멀리 도망쳐왔나요?



"좀 천천히 먹어. 없어 보이게 웬 식탐이야?"
"네가 오 남매 중 막내의 생존법을 알아?"
어린 시절 배고팠던 아이는 충분히 풍족한 삶을 사는 어른이 되어서도
음식 앞에서 느긋해지지 못한다.

"너는 아무한테나 욕도 잘 하면서 왜 외국인 앞에서만 기가 죽어?"
"1학년 때 영어 선생이 내 발음 이상하다고 애들 앞에서 놀렸어."

반 친구들 앞에서 놀림 받던 아이는 평생을 영어 울렁증에 시달린다.

"당신만 자식도 아닌데 왜 그렇게 친정 일이라면 잠도 못 자고 애를 써?"
"남동생은 할머니 댁 가면 장난감 어지르면서 노는데, 나는 일곱 살 때부터 설거지하고 걸레질했었어, 쓸모 있어 보이려고."

‘아들로 태어났어야 했던’ 둘째 딸은 아직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애쓰다 지쳐 가족을 원망하게 된다.

아픈 곳, 트라우마, 컴플렉스,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어른들의 핑계, 혹은 아직도 우리를 따라다니는 일곱 살의 나,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 배고팠던, 수치심을 느꼈던, 서러웠던 일곱 살의 아이는 우리가 멀쩡한 어른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림자에 숨어 있을 뿐 우리가 약해지는 어느 날, 다시 우리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은 아닐까.
"다 너를 비웃을 거야."
"너만 결국 갖지 못할걸."
"네가 사실 쓸모없다는 걸 들키고 말 거야."


여기 저마다의 일곱 살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 많은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드라마는 묻게 될 것이다.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던, 갖고 싶은 인형을 가질 수 없었던, 배고팠던,
사랑받기 위해 몹시도 애를 쓰던, 버려질까 두려웠던, 끝없이 비교당했던,
당신의 일곱 살로부터 당신은 얼마나 멀리 도망쳐왔나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줄 것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과거를 지금의 우리가 다르게 대할 수는 있을 거라고.

누군가의 뜻 없는 미소를 나를 향한 비웃음으로 뒤틀어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잘 지내보자고 내미는 손을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할퀴어 버리지 않으려면,
일흔이 넘어 백발이 된 머리카락으로 부모의 무덤에 찾아가서 그땐 나한테 왜 그랬냐고 울지 않으려면,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그 어린아이를 만나야 하지 않겠냐고.

일곱 살의 나를 힘껏 안아주고,
오해를 풀어주고, 같이 울어주고, 비로소 놓아줌으로써
우리는 어쩌면 조금 더 단단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출처

https://m.tv.naver.com/v/21146849
https://m.tv.naver.com/cjenm.myspring/clips